2017년 2월 21일 화요일

위니펙과 다른 도시의 생활을 비교해보자

처음 위니펙에 오고나서 4년 내내 캐나다 내외의 지인들에게 항상 듣는 말이 위니펙 살기 어떻냐는 질문이다. 
이게 참 답하기가 곤란한 것이 이 놈의 캐나다라는 나라가 땅덩어리가 클뿐더러 각 주마다, 각 도시마다 급여수준도 다르고 물가도 다르니 딱 떨어지게 위니펙이 어떠하다 말하기 곤란하더라 이 말씀이다.

그저 답이라고 내 놓을 수 있는 말은 '와서 경험해 보라.'라는 말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궁금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 한번 들어가보라라고 추천하는 사이트가 있다.

Numbeo라는 사이트인데, 캐나다내 도시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도시들간의 물가와 생활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이트다. 물론 각 지수들이 네티즌들의 데이터 입력에 의존하는 사이트라 100%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가 위니펙의 물가를 찾아봐도 '도데체 이게 언제적 이야기야?'라는 의문이 드는 부문도 있으니까.

그래도 대략적인 정보로 참고는 해볼 수 있는 사이트이고, 특히 아직 위니펙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감이 안잡히는 사람이나 현재 위니펙에 살지만 타주로 이동할 계획이 있거나 타도시에 살고 있으면서 위니펙으로의 이주를 고려중인 사람이라면 유용한 사이트라고 본다.

그럼 한번 대략적으로 사이트를 살펴보자.

일단 밴쿠버VS위니펙이나, 토론토VS위니펙은 사실 무리가 있다. 도시의 규모도 다르고 생활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대도시인 밴쿠버와 토론토가 뭘 하든 비싸다. 이렇게 비교하면 무조건 위니펙은 돈 적게 들이면서 살 수 있는 도시가 되어버린다. 캘거리, 몬트리올, 오타와 등 대도시는 일단 제외하고 내 경험상 규모가 엇비슷한 도시를 예로 들어 비교를 해봤다. 
서쪽으로는 빅토리아가 있겠고 동쪽으로는 할리 팩스가 있다. 

일단 할리팩스와 위니펙을 비교해보자.
할리팩스는 노바스코샤주의 주도로 손가락만 갖다 대면 톡하고 섬이 될 것 같은 캐나다 동쪽 끝자락의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대서양의 항구도시이고 캐나다 해군의 대서양 함대 사령부가 위치해있으며 달하우지 대학교 등 고등교육이 활발한 도시다. 100여년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구조자들이나 익사한 시신들을 할리팩스로 이동시켰었다. 그래서 타이타닉 박물관과 희생자 묘지도 할리팩스에 있다. 



일단 대략적인 물가 지수만 보면 맨 마지막의 구매력 지수(소비자들이 돈을 어느정도 쓸 수 있느냐, 즉, 소비자들이 돈을 아껴서 쓰는가에 대한 지수)를 제외하고는 할리팩스가 위니펙보다 비싸보인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네티즌들이 입력한 데이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 100% 객관적인 평균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항복별로 살펴보면, 첫째 먹는데 쓰는 돈이 얼마인가가 나와 있다. 흔히 빅맥지수라고 하는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을 보면 두 도시가 동일하다. 그거야 맥도널드 캐나다가 균일가를 적용하니 그렇다고 치자. 가장 기본적인 물값만 보더라도 위니펙이 다소 비싸다. 하지만 두도시 모두 그저그런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캐나다에서 먹거리에 드는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도시마다 선호하는 음식도 다르고 특히 자기 지역내에서 나는 식자재를 얼마만큼 쓰느냐에 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가령, 같은 중급 규모의 식당이라 하더라도 위니펙에서는 육류를 가공한 음식 가격일 수 있고 할리팩스는 항구도시답게 해산물을 가공한 음식일 수 있다. 당연히 대량생산이 가능한 육류가 해산물보다 쌀 수 있는 것이다. 

결론: 두 도시 먹는데 드는 돈은 엇비슷하다.


 
두번째는 내가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 드는 돈이다. 계란을 보면 위니펙이 조금 싸다. 그건 당연히 위니펙에는 양계장이 할리팩스에 비해 많으니까 당연한 결과다. 전체적으로 보면 위니펙이 다소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이건 위니펙의 지리적인 위치 때문이다. 할리팩스는 동부 끝이기 때문에 위니펙보다는 물류 비용이 더 든다. 할리팩스의 담배 가격이 위니펙보다 싼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건 각 주정부가 담배에다가 얼마만큼의 세금을 때리느냐에 따라 다르다. 담배 가격이 참 웃긴게 위니펙에서 13불하는 담배(25개피)가 3시간 가량 운전해서 온타리오주 케노라라는 도시에 가면 7불에 판다. 그건 온타리오주와 마니토바주가 매기는 세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교통비와 각종 공과금이다. 사실 캐나다에 살면서 제일 민감한 부문이고 각 도시의 체감물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또한 각 도시의 인프라가 얼마만큼 주민 편의를 위해 발달되어 있는가를 가늠할 수도 있다. 일단 교통비는 위니펙이 어머님께서 초등학교 2학년때 집 나가신 것 만큼 어이없이 비싸다. 개인적으로 할리팩스의 대중교통이 위니펙보다는 싸고 더 편하다. 대신 위니펙은 환승 정보라던지 급행버스 같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그만큼 요금을 많이 받고 그걸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뚜벅이의 입장에서는 매달 들어가는 버스 패스값이 싼게 더 낫다고 본다. 어차피 캐나다의 버스 시스템은 대한민국 서울의 버스시스템에 비하면 19세기와 20세기의 차이만큼 나니까.


 
이 부분은 좀 의이하다. 내가 알고 있는 위니펙의 물가가 아니다. 맨 위의 헬스클럽 이용만 보더라도 위니펙에 40불대의 휘트니스 센타가 있나? 제일 싸다는 YMCA만 가더라도 학생이 아닌 이상은 할리팩스만큼이나 내고 있는데. 테니스 코트는 위니펙이 싸더라도 1년에 몇개월을 쓸지 모르겠다. 1년중에 6개월은 눈속에서 지내야 하는데 그 기간동안에 저 가격인들 눈속에서 테니스 칠 놈이 어디있겠나.
옷 가격은 잘 모르겠다. 나는 저런 가격대의 옷을 입지도 않을뿐더러 월마트에 가면 10불대의 질 좋은 옷들이 넘쳐나는데 저 가격을 주고 옷을 사 입어 보질 않아서 걍 패스.
 


마지막으로 집값이다. 이게 좀 웃긴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교하기가 조금 애매하다. 일단 위니펙의 다운타운과 할리팩스의 다운타운은 질이 다르다. 위니펙의 다운타운은 거의 할렘가 수준이고 할리팩스의 다운타운은 그나마 위니펙보다는 낫다. 할렘가 수준의 환경에서 월 800불대의 1베드 아파트와 그나마 나은 환경의 1000불대 아파트를 비교한다는 것이 넌센스. 그런데 교외의 아파트 렌트비는 두 도시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위니펙과 할리팩스는 렌트비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맨 마지막의 세후 수입을 보면 할리팩스가 조금 더 많이 받는다. 그만큼 소득이 높다는 의미.

결론은 위니펙과 할리팩스는 사는 데 거의 비슷비슷한 돈이 든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변수는 환경과 날씨, 다른 도시로의 접근성, 구직의 용이성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서쪽 끝, BC주의 주도인 빅토리아다. 
흔히들 빅토리아를 999당이라고 부른다. 바로 '천당' 바로 아랫단계의 도시라는 말이다. 그만큼 살기 좋다는 이야기다.
내가 살아봤던 도시라 사실 할리팩스보다는 좀 더 잘 안다.


일단 전체적으로는 위니펙이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그건 BC주 자체가 워낙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맨 아래의 구매력을 보자. 빅토리아가 훨씬 높다. 그건 빅토리아 주민들의 소즉수준이 위니펙보다는 높다는 의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00% 믿을 수는 없다. 내 경험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이긴 하다. 빅토리아는 주로 관광산업이 주 산업이라는 점과 주도인 관계로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소득이 높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먹거리에 드는 비용은 빅토리아가 높다. 당연한 것이 먹거리=관광이기 때문에 캐나다 어딜가든 관광지의 먹거리는 당연히 비싸다.


 
마트에서 장보는 것도 빅토리아가 훨씬 비싸다. 여기 입력된 빵값을 보면...후덜덜...그런데 저건 믿을 것이 못된다. 가령 같은 수퍼스토어 가격을 보면 오늘 현재 676g짜리 식빵 두 봉지에 세전가격으로 $4.98판매 되고 있다. 세금에서 두 도시가 차이가 있을 수는 있는데 두 도시가 동일하다. 위니펙의 1.74는 어떤 빵인지?


대중교통은 위니펙이 훨씬 저렴하다. 경험상 빅토리아가 버스 체계에서는 위니펙을 못 따라간다. 또한 노선수도 훨씬 적다. 눈에 띄는 것이 전기 수도등의 공과금이다. 빅토리아가 훨씬 저렴하다. 캐나다는 대부분 지역이 전기난방을 하기 때문에 겨울이 길고 추우면 그만큼 전기세가 많이 나간다. 전기세는 사실 마니토바가 수력발전을 하기 때문에 캐나다내에서 무척 싼편이긴 하지만 막 써대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더군다나 겨울에 어떻게 감당할라고. 긴긴 겨울 눈물을 머금고 히팅을 해야한다. 물론 전기세를 집주인이 대신 내주는 아파트에 들어가면 에브리데이 땡큐다.



 
이건 패스. 저 놈의 44.51이 도데체 어디야? 나 좀 알려줘. 당장 가서 1년짜리 회원권 끊게.

 

집값은 대체로 빅토리아가 비싸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면 안될 것이 집의 상태다. 할리팩스의 경우 다운타운의 집값만이 달랐지만 빅토리아는 전체적으로 높다. 그건 빅토리아의 아파트가 그리 노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외지역만 보더라도 위니펙에서 750불대의 아파트라면 지은지 50년이 다되가는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리노베이션도 되지 않는 곳. 교외에서 그나마 10년 이내의 아파트라면 1베드에 900-1000불 가까이 줘야한다. 내 체감으로는 빅토리아가 더 싸다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후 수입은 빅토리아가 훨씬 수입이 많다. 저 정도 받으면 위니펙보다는 빅토리아가 살기 좋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자, 이제 결론을 내리자.

위니펙이 살기 좋다? 빅토리아가 살기 좋다? 할리팩스? 밴쿠버? 토론토? 캘거리?

잘 모르겠다. 내가 어느 정도 규모의 수입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그 도시는 살기좋은 도시가 될 수 있고 살기 힘든 도시가 될 수 있다. 적어도 물가로만 본다면.

아끼고 살려면 어디서 살든 충분히 절약하며 살 수 있다. 식빵 하나를 사더라도 나처럼 월마트나 자이언트 타이거에서 저렴한 식빵을 살 수도 있고 다운타운의 고급 빵집에서 갓 구운 식빵을 살 수도 있다. 만두 한봉지를 사더라도 한인마트에서 백설표나 CJ의 고급 만두를 살 수도 있지만 중국마트에서 봉지에 3.50하는 초립동이나 아씨 상표가 붙은 만두를 살 수 있다(두 회사 모두 교민이 운영하는데 한국의 식품 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제조한다).

그 도시가 살기 좋다는 말은 어떤 한 부분을 보면서 말하기가 애매하다. 남들이 다 살기 좋다고 해도 내가 싫을 수도 있고 돈 벌기는 쉬워도 공부를 하고 싶은데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불비한 도시도 있다. 위니펙처럼 캐나다나 미국의 다른 도시에 가려면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 고립된 도시도 있지만 물가는 비싸도 동부나 서부의 도시들처럼 어디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들도 있다.

이민을 고려하는가? 타주로의 이주를 고려하는가?
하나만 보지말고 남의 말만 듣지 말고 자신의 Needs와 그 도시의 환경, 1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정하기를 바란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10년후에 어찌 될지 모른다. 캘거리를 봐라. 20년전만 하더라도 그저그런 중부내륙의 촌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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