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이메일은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던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카톡, 라인 등의 스마트폰 앱을 쓰거나 그냥 전화를 하면 되지 굳이 이메일을 쓰느냐라는 분위기. 그렇다고 이메일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직도 많은 양의 정보들이 이메일을 통해 날라오니까.
어느 날인가 HR 매니저가 내게 보낸 이메일이 자꾸 반송된다고 다른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잘 쓰고 있는 Gmail 계정 말고 딱히 다른 계정이 없어서 새로 만들까 하던차에 마침 아주 오랫동안 안썼던 nate 이메일 계정이 생각났다. 그걸 불러주고 다시 메일 확인을 위해 패스워드를 찾고 그게 틀려서 한밤중에 한국 nate.com으로 전화까지 하고 우여곡절 끝에 메일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며칠후에 근무시간 체크때문에 매니저를 찾아갔는데 뜬금없이 내 메일주소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지금은 아예 없애버렸지만 내 메일주소는 mi****r@nate.com이었다. 별뜻없이 만든 것이었는데 그게 이상했나보다.
하긴 우리눈에는 이메일주소라는 것이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전자주소일 뿐이지만 이들 눈에는 자기 언어로 눈에 들어 올테니.
'만약 전세계 이메일주소가 한글로 이루어졌다면'하는 상상을 해보자.
말도 안되는 단어로 이루어진 것도 있을 것이고 사람 이름으로 된 것도 있을 것이다.
때론 이해되는 문구일수도 있겠지만 때론 이해는 고사하고 조잡한 말이나 욕설이 있는 이메일 주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친했던 미군 부사관이 한국사람들 이메일 주소는 참 재밌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한국사람들의 이메일 중 몇가지를 보여줬는데 같은 한국인인 내가 봐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나는 것 중 몇가지는
이름이 '경기'라는 사람인데 메일주소가 '***game@****.com'이었다. 아마도 경기=game으로 표현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성이 '문씨'였는데 이름 끝에 이름이 '강'이었다. 그사람 이메일 주소는 'moon_river'였다. 아마도 '강'이 '江'인가 보다.
지금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재미있는 한국사람들의 이메일주소가 돌아다닌다.
어떻게 보면 뭔가 독특한 것을 원하는 요즘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이메일을 정말 유난히도 많이 쓰는 캐나다인들의 이메일 주소를 보면 참 심심하기 그지없다. 물론 10-20대 들중에는 한국사람 못지 않게 톡톡 튀는 이메일 주소도 많지만 대부분 비지니스나 업무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동명이인이 많으면 뒤에 숫자를 붙이거나 '_'같은 기호를 이용해서 약간 변화를 주는 것이 고작이다.
예전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이력서 작성하는 법을 가르치는 자리를 만들었었다. 그때 강사로 왔던 아줌마가 하던 이야기가 절대로 취업이나 비지니스를 목적으로 이메일을 만들어야 하면 반드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만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메일주소부터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지메일 등의 메일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이메일주소보다는 회사 이름이 들어가는 이메일 주소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 주변의 캐나다인들은 사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이름이다. 물론 소규모 비지니스를 하는 경우에 그런 곳에 불필요한 지출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비지니스의 규모에 따라 나름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여전히 톡톡 튀는 이메일 주소를 쓰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나 다음메일이 캐나다인들에게 스팸메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민을 와서 부득이하게 지메일을 만드는 어르신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는 재미있는 이메일주소 좀 추천해 달라고 한다. 그때는 되도록 이름으로 하시라 말씀드린다.
캐나다에서 이메일은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메일 주소 또한 또다른 나의 얼굴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캐나다에서 사용할 이메일을 새로 만드는 경우라면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내기 보다는 다소 형식적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 캐나다 생활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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