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1일 화요일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부 교민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

군대에서 기본 제식을 배울 때, 지휘관의 차량에 대한 경례에 대해서 의아해 한 적이 있었다.
지휘관이 차량에 탑승하고 있는 경우에 경례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휘관이 타지 않은 빈 차인 경우에(운전병만 탑승) 경례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를 제식을 교육하는 교관에게 물었을 때, 교관의 답변은 아주 깔끔했다.
"경례는 지휘관 그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책에 대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휘관이 탑승하지 않는 차량이라 하더라도 그 계급에 대해 경례를 하는 것이다."

경례는 군대에서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다. 상급자의 인간 됨됨이가 어찌 됐든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그에게 그 계급과 직책을 부여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예절인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북미를 순방중이다.
우리나라 국민 누구에게든 대통령을 싫어할 권리가 있다.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나 역시도 지독하리만치 김대중과 노무현을 싫어했지만, 공식과 비공식을 떠나서 그들에게 국군통수권자로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경우라면 철저하게 지켰다. 내가 군생활을 한 기간은 공교롭게도 김대중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부터 노무현이 퇴임하던 시기였다.
TV에서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불편했지만 나는 단 한번도 그들에 대해 불평을 내뱉지 않았다.
김대중이 김정일과 악수를 하며 무슨 작당을 하는지 의심이 드는 순간에도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 아무런 불평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노무현이 말도 안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부르짖을 때도 '대통령'께서 하시고자 하시니 그저 묵묵히 따를 뿐이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군가 목숨을 위협해서도 아니다.
내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그들에게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부여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언제든지 욕을 먹을 수 있는 자리다. 여와 야가 있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있다. 
그러나 그 대통령이 국적기를 타고 외교활동을 하는 순간에는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일개 개인의 자격으로 외국을 방문하지 않고 공식적인 방문일 경우에 그는 대한민국 그 자체다.
캐나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은 인간 박근혜를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초청하는 것이고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행하는 모든 행동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캐나다에 왔다고 해서 길거리에 나가 대통령을 물러나라, 추락사했으면 좋겠다고 떠드는 교민들은 자신들의 인식수준을 의심해 봐야 한다. 종편방송의 어떤 패널이 그들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라고 변호를 했다. 틀린 말이다. 그들은 조국에 대한 개념도 국민주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무뇌아들일뿐이다.

김대중이, 노무현이 대통령의 자격으로 어떤 나라를 방문했다고 해서 교민들중 일부가 나가서 그들보고 물러나라라고 하지 않았다. 모든 교민들이 그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모든 교민이 좋아해서 그랬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은 교민들도 많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것은 그들이 김대중 노무현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에게 표를 던졌든 던지지 않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이 대통령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대표라고 부정할 수 없다.

설령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번에 캐나다를 방문했다고 해서 나와 같은 정견을 가진 교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가 문재인 OUT!을 외쳤을까? 아니다.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내가 문재인에게 표를 주지는 않았지만 내 나라의 대통령이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방문했으니 와서 잘 대접받으시고 가시라 염원했을 것이다. 그가 와서 캐나다 정부에게 하찮은 대접을 받았다면 내 나라가 하찮은 대접을 받은 것과 같으니 내가 더 억울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조국의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그를 환영하는 것은 대통령 그 개인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대통령이란 직책과 책임을 부여한 내 조국과 국민들을 환영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하고 꺼지라는 발언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마치 대한민국, 내 조국이 교민들에게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것 같았다.
과연 그들에게 조국은 어디이며 그들은 자신을 어느나라 사람이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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