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858기, 천안함, 무인기 . . . 드디어 오늘 발생한 페리 침몰 사고에도 어김없이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이중 KAL 858기 사건만 사고 당시 음모론이 나오지 않았고 나머지들은 사고발생과 거의 동시에 음모론이 튀어나왔다.
공교롭게도 KAL 사건만이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의 사건이다.
음모론을 인터넷의 영향으로 봐야할까? 일부분 인터넷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인터넷과 더불어 SNS의 발달도 한 몫 할 것이다.
구구절절 여기서 음모론의 원인과 확산의 영향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자격도 그런 능력도 없다.
다만 상식선에서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멍청함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일단 음모론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이전에 비슷한 일을 저지른 경력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탄생한 이래, 정부가 은밀하게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시키거나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거나 해서 북이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남북간의 대결국면을 조성한 적이 있었을까?
뭐 이 질문에 국정원 증거조작이니 뭐니 하며 음모론의 근거를 대지는 말자.
언제 기회가 있으면 그 일에 대해서 쓰겠지만 유우성이란 작자는 간첩이다. 다만 그를 기소하기 위한 증거가 조작됐다는 혐의가 조작된 것이다. 증거가 조작됐다고 해서 그가 간첩이라는 사실이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가 간첩이라는 증거는 자기 여동생의 증언을 포함 무수하게 많다. 그걸 믿지 않는 그 머리가 이상한 것이다.
위 질문에 답을 하자면 '없다'가 정답이다.
KAL기 폭파사건이 조작이라고 하는 인간이 여전히 존재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북한의 고위인사가 자신들이 했다고 얼떨결에 시인을 했기 때문에 이미 사실이라고 판명난거다. 여전히 통진당 이정희 남편과 정구사 정신나간 신부 몇몇이 주장할 뿐이다.
아무리 기록을 찾아봐도 정부가 조작해서 벌인 대형사고는 물론이고 작은 사건들도 없다.
물론 과거 간첩사건이나 반정부 단체 사건들이 조작됐다는 혐의는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어느 기관의 충성 경쟁이나 당시 시국상황에 의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불러온 불행한 침소봉대한 사건일 뿐이다. 마치 정부가 어느 한개의 사건을 벌이고 이것을 누군가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것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사건들이 아니다. 가령 수지 김 간첩사건의 경우도 아내 수지 킴을 살해한 남편이 아내가 간첩이었다며 허위신고를 한 것에 발단이 된 사건으로 결국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것이지 정부가 없는 간첩사건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남편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처럼 무고한 우리 장병들이 희생되는 초대형 사건을 당시의 좌좀들은 '정부와 미국이 벌인 자작극' 수준으로 음모론을 창조해냈다. 즉, 정부가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우리 함정을 일부러 침몰시켰다느니 미국 잠수함이 우리 아군 함정을 공격했다느니 등등 북한은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배제한 음모론들이 판을 쳤다. 심지어 뒤이어 발생한 연평도 포격 때도 처음에는 아군 함정에서 발포한 것이라는 괴담이 돌았다. 나중에 북한이 자신들이 포격했다고 발표하자 곧이어 등장한 음모론은 '우리가 포격을 유도했다'라는 음모론이었다.
무인기는 어떤가? 이 사건은 아직까지 현재진행중인 사건이라 뭐라 단정지어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UAV가 세 곳에서 발견되었다면 일단 북한부터 의심해야 한다. 그런데 음모론자들은 '왜 북한부터 의심하느냐?'에서 음모론을 출발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몰래 갖다놓고 북한거라 주장한다'라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오늘 발생한 페리 침몰 사고가 보도되자마자 인터넷 여기저기서 '이것도 북한 소행이라고 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비꼬는 식의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앞의 무인기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무인기가 중국 민간 무인기 제작회사의 것과 동일하다는 뉴스를 두고도 어떤 이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서 사 온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럼 반대로 '북한이 중국에서 사온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는가? 아니면 북한이 카피한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는가?
1년내내 떠도는 음모론은 연예인의 스캔들과 정치적인 이슈와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것을 덮으려고 저걸 터뜨린다'라는 식이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정부는 거의 무적이다. 정부부처중에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전담하는 팀이 있고 이들이 모든 연예인들이 데뷔때부터 계속 관리를 해야한다. 정확한 이슈생산을 위해 그 정부부처는 어떤 사람이 스타가 될 것인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정도다. 이정도면 SM이나 YG는 그냥 발라버리는 수준의 연예기획사를 차려도 된다. 때로는 해외스타들도 관리해야 한다.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조작한 사건이 되려면 정부는 그 사건을 통해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선거때만 되면 무슨 사건이 터지느냐고 한다. 미안하지만 지방자치선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매년 선거를 한다. 보궐선거든 총선이든 거의 매년 무슨 무슨 선거가 있다. 정치판은 1년 365일 선거판이다. 연예인의 스캔들도 매일 터진다. 그중 기사가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다. 사건 사고도 매일 터진다. 어떤 사건을 조작한다고 해서 정부나 기득권층이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그저 자신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누군가에 대한 반대의 또다른 표현이다. 다만 그 표현이 자신의 멍청함을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인 정치적인 주장과 다를 뿐이다.
천안함 사건을 우리 정부가 일으킨 자작극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이 싫을 뿐이고 난 북한을 싫어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일 뿐이다.
무인기가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싫을 뿐이다.
그런데 그 말보다는 더 사람들을 자극하고 자기 주장에 호응하는 이들을 만들어내기 쉬운 것이 바로 음모론인 것이다.
북한이 좋다라는 표현보다 그것을 북한이 했을리가 없다라고 해야 동지도 더 많이 생기고 적도 덜 만든다.
문제는 어떤 주제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고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일부 사람들이 그런 음모론에 말려들고 거의 종교수준의 광신적인 믿음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오프라인에서 이른바 좌초설을 주장하는 한 사람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같은 술자리에는 내 동기인 해군 소령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는 해군소령이 좌초론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내용인지 설명을 해주어도 믿지 않았다. 그가 주장하는 근거는 오로지 인터넷에서 주어들은 음모론들이 전부였다. 그는 해군 함정에 타 본일도 없고 배멀미가 심해서 한강의 오리배도 타지 못하는 사람이다. 결과는 그의 정신승리였다. 그는 아마 지금도 어디선가 주어들은 말로 무인기는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에 수많은 음모론들이 고개를 들었다. 유명 영화감독은 그걸 주제로 영화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십수년이 지난 지금 미국인들중에 그 음모론에 선뜻 호응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아무리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미국 정부가 전세계뿐만 아니라 우주정복을 꿈꾸는 나라라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그것은 정부의 능력을 초과하는 엄청난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 미국교수가 그랬다. "9.11에 대한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 그 사실을 십수년간 이렇게 잘 숨겨오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내가 아는 미국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능력도 안되지만 그런 일을 오랫동안 숨겨올 수 있는 능력은 더더욱 없다. 그랬다면 미국이 지금 이렇게 망가져가지는 않을텐데..."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지금 강원도 도지사를 하고 계신 그 분께서 이렇게 말했었다. 천안함 사건 당시에 앞으로 많은 해군 장병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나 역시 그뿐만 아니라 음모론에 푹 빠져 사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말하는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정부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계속 숨겨오면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은 그런 짓을 저지를 능력도 없지만 그런 일을 오래동안 숨겨오면서 되풀이할 수 있는 능력은 더더욱 없다. 그랬다면 우리가 지금 대한민국이 당신들 같은 멍청한 음모론자들로 병들어 가고 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음모론이 하나있다. 국회의사당 지붕에서 태권브이가 나와서 음모론자들을 모조리 광선으로 쏴 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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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1일 화요일
계속되는 음모론 - 그 배후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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